“노루즈 축하(نوروز مبارک)! 라마단 축하(رمضان مبارک)!”
라마단과 노루즈 사이에서(بین رمضان و نوروز)
올해는 라마단과 노루즈가 이례적으로 겹쳤다. 라마단은 무함마드(محمد بن عبدالله بن عبد المطالب)가 알라의 계시를 받았다고 전하는 성월로서 이슬람의 음력(هجری قمری)으로 계산하고, 노루즈는 ‘새로운 날’이자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새해 첫날로서 페르시아의 양력(هجری شمسی)으로 다르게 산정한다. 아랍권에서 새해는 첫 번째 달 무하람(المحرّم)의 1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아홉 번째 달에 해당하는 라마단과 순서상으로 겹칠 수 없다. 페르시아력은 서력으로 3월 21일로 정해져 있고, 이슬람력의 라마단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처럼 두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페르시아권에서 생활하는 무슬림들은 대외활동이 많은 노루즈와 금식하며 활동을 자제하는 라마단 중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번 키르기즈스탄 조사에서 이런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혼재하는 키르기즈스탄에서는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해 보였다. 독실한 무슬림들은 해가 떠있는 동안 음식이나 물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낮 동안 영업한 것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단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히잡 쓴 여성들이 식당에 많았던 걸 보면 모두가 라마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스크 만큼이나 많은 러시아 교회 때문은 아닐까? 이곳에는 키르기즈인이나 둔간인 같은 무슬림 외에도 러시아의 기독교도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슬람에서 라마단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간이겠지만 기독교도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키르키즈스탄 정부가 라마단 기간에 노루즈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할 수 있는 것도 이슬람 전통만을 고집하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슈케크나 카라콜에서 개최한 노루즈 행사도 즐기고, 카라콜의 둔간 모스크(Dungan mosque)에서 금요예배(نماز)나 이프타르(إفطار)에 참여할 수 있던 것은 하나의 종교와 문화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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