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Beggar of Moran Market

봄을 타나? 갑자기 유영관 아저씨가 떠올랐다. 필름을 찾아보니 곰팡이가 피어있다. 스캔해두었던 파일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도 기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하다.

모란시장에서는 4,9로 끝나는 날마다 5일장이 열린다. 집에서 멀지 않아 종종 가곤 했다. 그때마다 시장 한복판에는 유난히 시끌시끌하고 북적이던 곳이 있었다. 각설이 분장한 그가 춤추고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엿을 팔던 장소였다. 자주 마주치다 보니 그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당신을 찍고 싶습니다. ” 대뜸 말했다. 전역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예비역의 패기였을까? 복학하기 전 사진찍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갖게 된 다큐멘터리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을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수락했다. FM2를 가지고 며칠 동안 촬영할 수 있었다. 여관에서 같이 자보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우스꽝스러운 각설이 분장 뒤에 가려진 일상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번듯한 곳에서 내 이름을 걸고 공연하고 싶다.“ 여러 이야기 중에 유독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2003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 2005년 쯤인가? 술 한잔 걸친 목소리로 갑자기 생각났다며 학교 잘 다니냐고 안부를 묻던 통화가 미지막이었다. 20년 정도 지났다. 2019년 모란시장을 옮기기 전까지 한두 번 갔었는데 그는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이제 일흔은 넘지 않았을까? 작은 곳에서라도 꿈을 이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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