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Ger)’와 ‘유르트(Yurt 혹은 Kiiz ui)’가 이름만 다르고 완전히 같은 구조와 공간을 가진 천막이라고 생각했다. 각각 몽골어와 투르크어로 ‘집’을 뜻하는 두 천막은 원형 평면을 따라 목조로 짠 격자를 펼쳐서 벽체를 설치하고, 중앙 상부에 원형의 목재틀과 격자 벽체의 상부를 목조서까래로 연결해 지붕을 만든다. 이 외에도 게르와 유르트는 하얀 양털을 눌러 만든 펠트(Felt)를 외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관도 비슷하다. 앤드류스(P. A. Andrews) 같은 천막 연구자들이 둘을 ‘격자 천막(Trellis Tent)’이나 ‘하얀 집(House House)’으로 부르는 것도 공통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카자흐스탄 답사에서 두 천막헤서 묘하게 다른 점을 발견했다. 규모와 사용자의 정체성 차이 때문에 하얀 펠트의 덮는 방식이나 그 위에 수놓은 문양의 차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게르와 다르게 유르트의 원형 개구부에는 목조 기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금방 눈에 띄었다. 하지만 유르트가 게르보다 껑충해 보이는 이유를 원형 개구부(Shanyrak)와 격자 벽체(Kerege)를 연결하는 서까래(Uyk)의 모양 차이에서 찾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카자흐스탄에서 ‘우이크’라고 부르는 서까래는 게르에서처럼 직선이 아니다. 우이크는 사선으로 내려오다가 끝단 부근에서부터 곡선으로 구부러져 벽체와 같은 방향으로 만난다. 이 때문에 유르트가 게르보다 전체적으로 둥근 외관을 가지게 된다.
쉼켄트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니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렇게 구부러진 서까래를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벽체와 서까래의 고정은 오로지 끈에 의지해야 한다. 기둥이 없는 원형 개구부를 고정하기 위해 다섯 개 정도의 서까래를 설치하기 전까지 누군가는 이를 팔뚝 힘으로 고정하고 있어야 한다. 왜 유르트는 게르보다 조립과 해체가 번거롭게 되었을까? 계절이동 횟수 차이 때문은 아닐까? 몽골의 유목민들은 1년에 네 번 거주지를 바꾸지만,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차례만 이동한다. 거주지를 이동하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조금 더 높고 큰 천막을 고수하게 된 것은 아닐까?
공원국 작가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침 공 작가님이 ‘허당칸과 에스볼의 노마드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기간에 이곳을 방문한 것은 기막힌 행운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르트 조립 과정을 가까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가 천막 조립과 해체가 간단해서 유목민들이 자유롭게 방황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렸을까?” 생각보다 크고 무거운 부재들 때문의 나의 하찮은 노동력으로 거의 도움을 드릴 수 없었다는 점에 죄송하다. 그러면서도 조립 과정을 관찰한다고 번거롭게 기웃거렸음에도 참아주시고, 캠프를 떠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도와주신 공 작가님, 나디르 쟌, 에스볼 식구들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노마드 캠프가 더 번창하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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