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han Valley in Pamir

Vnukut, 2024

이번 타지키스탄 답사에서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이슬람 세계(دار الاسلام)의 변두리에 세워진 모스크의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줄임천장의 사용 지역을 살피는 것이었다. 중국 집안현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 고분의 모줄임천장은 방형 평면의 모서리를 죽여가며 부재를 쌓아 올려 만드는 일종의 돔 구조다. 지역마다 ‘말각조정(末角藻井)’이나 ‘중첩지붕(Bindirme Tavan)’처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이런 천장구조는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바닥샨(Бадахшон)’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초르호나(Чoрxona)’라고 부르는데, 이는 페르시아어로 4를 뜻하는 ‘차하르(چهار)’와 집을 의미하는 ‘하나(خانه)’가 합쳐진 용어로서, ‘사각형을 가진 집’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 전하는 주택들을 보면, 초르호나는 주로 ‘투예호나(tузxona)’라는 공간의 상부에 설치한다. 투예(туз)가 몽골어로 연회를 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신년행사, 결혼, 손님접대 등처럼 주택에서 대외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공간이다. 전체적으로 투박한 평서까래로 지붕을 만드는 주택 내에서 이것의 기하학적인 형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천장은 집주인이 아니라, 보통은 마을마다 정해진 가문에서 대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이 어디서 이런 기술을 배웠고, 왜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한 것인지 알아보고 싶다. 아직 심도있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고구려 고분과 파미르 주택 사이의 비슷한 점들이 두 지역의 특별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또한, 집안현 고분의 공간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단서가 파미르에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상상도 해본다. 어쨌든 비슷한 구조가 나타나는 두 지역을 연관시키고 싶은 열망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습관이자 본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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