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zhin (New Life)

Nozhin : ‘Kurdish mother tongue education institution for the new lives of ordinary Kurds’ in Iran

[2018]

2018년 5월 비영리교육기관 노진(Nozhin, نۆژین)의 선생님들과 이란-이라크 국경 지역인 쿠리 칼레 동굴(غار قوری قلعه), 솔탄 에스학(سلطان اسحاق), 노숫(نوسود), 파와(پاوه) 등으로 봄맞이 소풍을 간 적이 있었다. 노진은 문맹 쿠르드인들이 그들의 모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한 NGO이고, 선생님들 대부분은 열정만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학생들이다. 쿠르드어 문맹이었던 나 역시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소풍을 다녀오고 약 일년이 지나서, 그 선생님들 중에 세 명이 갑자기 투옥되었다. 이와 함께, 이란 코르데스탄 주의 다섯 도시에 있던 기관은 사난다즈의 본부를 제외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 이후 투옥되었던 세 명은 3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야 차례차례 석방되었다. 다시 일년이 지난 요즘, 세 선생님들 중에 자흐라 모함마디(زهرا محمدی)가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아 쿠르디스탄이 떠들썩 거린다. 그저께는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인 시르완 에브라히미(سیروان ابراهیمی)가 3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의 죄목은 단지 ‘아이들에게 쿠르드어를 가르쳤다’는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2015년에 사난다즈의 쿠르디스탄 주립 대학(University of Kurdistan)은 쿠르드어 수업을 정식으로 개설해서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란문화관광부(ICHTO of Kordestan)는 쿠르디스탄에 속해 있는 하우라만의 마을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고 최근에는 이미 등재가 기정사실 마냥 언론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다르게, 노진과 같은 민간 단체들의 쿠르드어 교육을 탄압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팔란간(پلنگان) 마을과 탕기사르(تنگی سر) 마을의 노루즈‫(نوروز)‬ 행사는 각각 2017년과 2018을 마지막으로 개최가 금지되었고, 작은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신년 행사들도 허가받지 못해 사라진지 수년이 지났다.

이란 정부가 원하는 것은 자연스레 이어져 온 전통보다는 언제든지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가공된 전통이 아닌가하는 생각된다. 아무쪼록 최근 일고 있는 ‘자흐라 모함마디 징역반대운동’이 효과를 거두어 나의 친구들이 무사하길 바라고, 오랜 역사의 페르시아 제국을 잇는 이란이 대국다운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3]

최근(2023) 이란과 튀르키예에서 체류하는 동안 찍은 사진들을 날짜와 장소에 맞춰 정리하면서, 묻어 두었던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 보았다. 그중에서도 쿠르드인들에게 모어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NGO기관 노진(نۆژین)의 선생님들과 파와(پاوه)로 소풍가서 가볍게 찍은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일전에도 시르완(سیروان)과 다른 선생님들이 투옥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있던 사람 중에 자라(زارا)나 세이완(سیوان)처럼 투옥되어 SNS의 유명 인사가 되었거나, 시르완의 여동생 에스린(اسرین)처럼 이란을 떠나 행방이 묘연해진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정부를 위협할 만한 운동가들이 아니라, 다른 생업에 종사하며 자진해서 교육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은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 국내의 야학 선생님과 비슷하다. 이들의 교육 봉사가 어떤 이유로 정치적인 문제가 되어 이들을 유명히게 만들었는지, 한 가지 말과 글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나라에서 살아온 내가 공감하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인 모어를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것이 왜 다민족 국가의 중앙 정부에 위협이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