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dish Seminar in S. Korea

with Dr. M. Ismaiel in Seoul, 2024

쿠르드인들 사이에는 “No Friend but The Mountains” 라는 속담이 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산 말고는 친구가 없다.”는 이 속담은 쿠르드인들이 소수민족으로서 겪어야 했던 배신, 버림받음, 외로움 등을 포함한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와 정치 상황을 대변한다는 말로 유명하다. 2018년에는 베흐루즈 부차니(بهروز بوچانی)가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마누스섬의 이민자 구금시설(MIRCP)에서 겪은 경험담을 담은 자서전의 제목으로 채택해 이 구절은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졌다. 하지만 쿠르디스탄에서 머무르는 동안 나는 이 속담을 쿠르드어로 들은 적이 없다. 꼭 확인하고 싶어 이란과 만났던 거의 모든 친구들에게 속담을 물었지만 확실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정말 쿠르드인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속담이 맞을까?

이렇게 찜찜하게 남아있던 궁금증을 어제(2024. 7. 29)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한옥커즈(Hanokers)라는 단체가 개최한 작은 세미나가 그 자리였다. 이 단체는 ‘분쟁과 강제이주를 경함한 사람들을 환대하는 교류 공간’을 표방하는 NGO라고 한다. 여기서는 매월 다양한 지역에서 온 난민들이 자신의 출신지에 대한 역사와 정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마침 어제의 주제가 쿠르드인들의 이야기였다. 또 마침 한양대에서 공부하는 튀르키예 출신의 도안(Omer Doğan)이 이 소식을 알려주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날 발표자는 이라크 쿠르디스탄(KR)에서 온 잔가나 부족(عشیرهٔ زنگنه) 출신의 이스마일(Mersham Ismaiel) 박사였다. 그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국내의 성공회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부터 한국외대에서 시간강사로 재직하고 있단다. 한 시간 가량의 발표가 끝나고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날 즈음, 나는 질문했다. 발표자료의 마지막 페이지에 사용한 “No Friend but the Mountains”라는 구절을 쿠르드어로는 어떻게 말합니까?

이스마일 박사는 잠시 생각하고는 “هاورێ نیە بەلکو چیە(하우레-친구 / 니야-없다 / 발쿠-제외하고 / 치야-산)”라고 알려주었다. 그의 구절은 이라크에서 사용하는 소라니(سورانی)라는 쿠르드 방언이다. 답변을 듣기는 했지만 뭔가 후련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차니가 쓴 자서전의 쿠르드어 제목 “ھیچ دۆستێک جگە لە چیاکان(히치-아무도 없는 / 도스텍-친구 / 즈가-제외하고 / 라 치아칸 – 산간지대에서)”도 확인했다. “산간지대에서 말고는 친구가 없다.”라는 의미의 제목은 이스마일이 알려준 속담과 어감이 좀 다르다. 그래서 페르시아어 제목도 찾아봤다. “هیچ دوستی به جز کوهستان(히치-아무도 없는 / 두스티-어떤 친구 / 베조즈-제외하고 / 쿠헤스탄-산간지대)”라는 제목은 “산간지대를 제외하고는 어떤 친구도 없다.” 정도의 의미다. 과연 어떤 방언으로 이 속담이 쿠르드인들 사이에서 전해진 것일까? 1992년에 불로치와 모리스가 책 제목으로 사용한 속담은 어디서 들었던 것일까? 여기저기서 들은 말을 인상적인 책 제목으로 개작한 것은 아니었을까?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등지의 쿠르드 지식층들은 이들의 영문 제목을 보고 자기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원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쿠르드인 연구자들의 개인적 경험이나 주장은 별다른 검증 없이 쿠르드학(Kurdology)에서 권위를 갖고 한다. 쿠르드인의 언어, 정치, 역사와 그 외 분야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통칭하는 쿠르드학의 연구자들이 대부분 쿠르디스탄의 주요 도시에서 태어난 쿠르드인들이고, 외국인들이 쿠르디스탄에서 연구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쿠르드인들의 기억과 말을 검증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상황을 만든 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 교류하고 검증하며 내용을 확인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작년(2023)에 일본 조치대학(上智大學)의 아키히코(山口昭彦) 교수가 개최한 쿠르드학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런 작은 세미나를 경험한 기억이 없어 다양한 지역 연구를 지원하는 일본 학계가 부럽다고 느꼈다. 어제의 세미나가 학술적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종종 의견을 주고받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가 그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마지막이었을까?”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 이스마일 박사와 다음에는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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